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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어렸을 때 먹은 비빔밥

by 파란물고기 2021.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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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가득넣은 점심 비빔밥

나물은 많이 먹어도 살 안찌겠지?

시금치,숙주나물,깻잎무침,육개장 건더기 양껏 넣고 비벼 한 숟가락을 퍼서 입에 넣었다.
행복한 맛이었다.

문득 어렸을 때 부모님이 텃밭에서 일군 상추,부추,고추,감자,오이,양파 등으로
된장찌개 및 비빔밥을 밥상에 올려주시곤 했던 게 떠올랐다.
그럴 때 마다 엄마가 입버릇처럼 말한 단어가 생각났는데

" 나물은 살 안찌니까 많이먹어도 되!"

난 그 당시 밥을 적게 먹고 싶은 게 아니라 밥에 든 딱딱한 검은콩,누런콩이 먹기싫었었다.
그냥 그랬을 뿐인데, 엄마는 내가 밥을 많이먹고 살찔까 무서워한 줄 아셨다.

나물은 살이 안찐다...

지금 내가 비빈 비빔밥엔 콩이 없는데, 과거 비빔밥엔 밥이30%콩40%나물30%의 비중이였다.
정~~말 밥을 골라먹기 힘들었던 기억이 아른거린다.

옛날엔 티비에 한 프로그램에서 밥지을 때 뭘 넣으면 어디에 좋고 뭐가 좋다는 내용을 방송했었는데,
새로운 밥을 지을 때마다 ' 오늘은 또 티비에서 뭐가 좋다고 했을까? 아침밥엔 뭐가 나올까?'그런 걱정을 진짜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제일 싫었던 건, 표고버섯과 검은콩, 돼지감자였다.
식감도 별로고, 맛도 별로인 이 세가지가 한꺼번에 들어가 있었다.한번은 엄마에게 '엄마, 과유불급이 뭔지알아?'라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아유~! 그냥 먹어! 많이 먹으면 죽기라도 하겠냐, 다 너 건강해지라고 넣은건데 말이많아~ '하셨던게 아직도 내 기억 한켠을 자리잡고 있다.

그 말을 들었을 때가 정확히 언제였는진 기억나지 않지만
.
.
부모님이 아파트 건물 옆 작은 텃밭을 가꾸시던 때가 초~대2까지 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엄마아빠는 참 부지런 하셨다.
아직도 엄마아빠는 부지런하시다!
어릴적 내 기억엔 그렇게 남아계신다.
아빤 늦은 새벽, 거의 아침까지 축구를 보다가 주무셨지만 6시엔 무조건 일어나셨다.
엄만 10시쯤 주무셔서 항상 4시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드리고 오시는 길에 텃밭에 들렸다가 나물을 들고오시기도 했다.
이른 아침에 깨어 부엌에서 물을 마시려하면, 식탁엔 미리 깨끗히 씻어놓은
상추,부추,케일,배추,양파 따위가 싱싱한 모습으로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How can be?

성인이 된 지금.
가끔 부모님이 일찍 깨어계셨던 이유를 알게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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